사례분석/최신동향
돈을 빌려주면서 부동산을 담보로 받았는데, 다른 채권자가 그 담보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305384 판결은 '담보를 받은 사람이 다른 채권자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어떤 사정을 살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핵심요약
※ 본 콘텐츠는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 및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305384 판결 등에 의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한 재산상 법률행위에 대해, 채권자가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입니다.
해당 소송은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뿐 아니라, 특정인에게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담보를 받은 사람이 먼저 돈을 받아 가면 다른 채권자가 받을 몫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례 속 사해행위취소소송 사례의 출발점은 전처가 가진 재산분할금 채권이었습니다.
A는 이혼한 전처 B에게 재산분할금 3억여 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아직 갚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A의 유일한 부동산은 집과 그 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부동산에는 이미 농협의 담보가 설정돼 있었고,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금도 2억 원이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8월, C가 A에게 새로 2억 원을 빌려줬습니다.
대신 A는 집과 부지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쉽게 말해, A가 돈을 갚지 못하면 C가 집을 판 돈에서 일반채권자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먼저 담보를 잡은 농협보다 앞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채권자 사이 배당 순서는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순서 | 채권자 | 배당받는 기준 |
| 1순위 | 농협 (선순위 근저당권자) | C보다 앞선 근저당권에 따라 우선변제 |
| 2순위 | C (후순위 근저당권자) | 선순위 채권 등에 배당하고 남은 금액에서 우선변제 |
| 3순위 | B 등 일반채권자 | 적법한 배당 참가 요건을 갖춘 경우 남은 금액에서 배당 |
A와 C는 대여금 2억 원을 담보하기 위해 채권최고액을 2억 4,000만 원으로 정한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했고, C는 2022년 9월 1일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쳤습니다.
A는 빌린 돈 중 1억 5,300만 원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는 데 사용했습니다.
기존 전세권 등기는 2022년 9월 7일 말소됐습니다.
그러자 전처 B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미 빚이 재산보다 많은데, 유일한 부동산까지 C에게 담보로 주면 제가 받을 돈은 더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B는 이런 이유로 C를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집과 부지는 이미 경매로 팔렸고, C는 약 1억 5,534만 원을 받기로 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B는 미리 법원의 결정을 받아, 그 약 1억 5,534만 원이 C에게 지급되지 않도록 막고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의 쟁점은 C가 담보를 받을 당시 그 거래 때문에 B 같은 다른 채권자들이 돈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였습니다.

C는 담보를 받는 것이 다른 채권자에게 피해를 주는 거래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에서는 이를 ‘선의’라고 합니다.
여기서 선의는 좋은 의도로 도와줬다는 뜻이 아니라, 그 거래로 다른 채권자가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뜻입니다.
원심은 A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것을 사해행위로 보았습니다.
C의 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전세금을 돌려주려고 돈을 빌렸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등기부에 근저당권이 여러 번 설정됐다가 단기간에 말소된 기록이 있었고, C도 이를 확인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은 근저당권 설정을 사해행위로 보고, C의 “몰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전처 B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C가 원심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몰랐다'는 사실은 담보를 받은 사람이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이때 거래조건이 일반 관행과 다소 다르다는 사정, 재산 상황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사정, 담보가치가 채권액에 미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선의를 쉽게 배척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다음 세 가지 사정이 증명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의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돈을 빌려준 사람이 채무자와 어떤 관계인지 살펴야 합니다.
이러한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악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관계가 없더라도 실제로 채무자의 재산 상황과 다른 채권자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면 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C가 A의 친인척이거나, 이전 금전거래 등을 통해 A의 재산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었습니다.
즉 담보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A의 전체 빚 사정까지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차용증만 작성한 거래인지, 실제로 돈을 빌려주고 약정에 따라 거래했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자료가 확인됐습니다.
확인된 자료·사실 | 구체적인 내용 |
| 송금 내역 | 근저당권 설정계약 당일 C가 A에게 2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
| 차용증 | 이율 연 5%, 변제기 2025년 8월 29일로 정했습니다. |
| 이자 지급 | A가 네 차례에 걸쳐 합계 480만 원의 이자를 지급했습니다. |
| 돈의 사용처 | 빌린 돈 중 1억 5,300만 원이 전세금 반환에 사용됐습니다. |
| 전세권 말소 | C의 근저당권 등기 후 6일 만에 기존 전세권이 말소됐습니다. |
해당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약 6억 5,107만 원이었고, 기존 전세권은 대여금 지급 이후 말소됐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근저당권 설정 당시 남아 있는 담보가치가 C의 대여금 2억 원에 상응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C가 부동산의 객관적인 담보가치를 믿고 돈을 빌려주었다는 점도 선의 판단에 유리하게 고려된 것입니다.
거래 내용과 경위에서도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이례적인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선의의 수익자인지를 판단할 때는, 담보를 받은 경위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특히 이미 돈을 빌려준 사람이 채무자의 사정이 어려워진 뒤, 자기 돈부터 회수하려고 담보를 받았다면 선의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반대로 새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를 받았다고 해서 언제나 선의가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거래로 다른 채권자의 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C는 기존에 빌려준 돈을 담보하려고 근저당권을 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새로 2억 원을 빌려주면서, 같은 날 그 돈을 담보할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대법원은 C가 기존 채권을 다른 일반채권자보다 먼저 회수하기 위해 담보를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C가 다른 채권자에게 피해를 주는 거래인 줄 몰랐던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원심이 선의의 판단 기준을 잘못 적용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례로 알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담보는 새 돈을 건네는 시점에 함께 설정해야 합니다.
돈을 먼저 빌려주고 나중에 담보를 잡으면, 기존 채무를 위해 특정 채권자에게만 담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여 사해행위로 다퉈질 위험이 커집니다.
반면 새로 자금을 건네면서 동시에 담보를 설정했다면, 정상적인 거래로 인정받기 훨씬 수월합니다.
이때 송금 내역과 차용증을 반드시 남겨 두어 실제로 새 돈이 오갔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담보가치를 검토한 자료를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감정가와 시세, 선순위 권리를 확인한 자료는 채무자의 다른 사정이 아니라 담보가치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가 됩니다.
이때 말로만 "담보를 보고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당시 어떤 판단을 거쳤는지 객관적인 자료로 남겨 두는 것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3. 이런 자료가 소송에서 핵심 방어 수단이 됩니다.
나중에 다른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면, 담보를 받은 쪽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앞서 남겨 둔 송금 내역, 차용증, 담보가치 검토 자료가 바로 이 선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선의 인정 여부는 거래 당시 채무자와의 관계, 실제 대금 지급, 거래조건, 자금 사용처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확인사항 | 검토 내용 |
| 채무자와의 관계 | 가족·친척이거나 이전 돈거래로 재산 사정을 알 만한 관계였는지 |
| 새 돈인지, 예전 돈인지 | 담보 설정과 같은 시점에 새 자금을 줬는지, 기존 채권을 담보하려던 것인지 |
| 실제 지급과 사용처 | 약정한 돈이 실제로 송금됐는지, 어디에 쓰였는지 |
| 거래 조건과 이후 정황 | 이자율·변제기가 상식적인지, 이자가 실제로 오갔는지 |
| 담보가치 | 선순위 권리를 빼고도 빌려준 돈에 맞는 가치가 남아 있었는지 |
| 등기부에 드러난 사정 | 빚이 많다는 것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 등기부에 나타나 있었는지 |
특히 담보를 받은 쪽이라면 "나는 정말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송금 내역, 차용증, 이자 입금 내역, 돈의 사용처를 보여주는 자료, 계약 당시 등기부와 시세·감정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원칙적으로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담보를 설정한 시점과 이유, 당사자의 관계에 따라 진행 흐름과 그에 따른 전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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