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8

내가 산 가방인데, 내 마음대로 고쳐 쓰면 안 되는 걸까? 얼핏 들으면 당연한 권리처럼 보이지만, 이 질문이 대법원까지 올라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명품 가방을 지갑이나 다른 형태로 변형하는 ‘리폼’ 시장이 커지면서, 브랜드 기업들이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 루이비통이 리폼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2심은 루이비통 가방 원단을 활용해 리폼 제품을 제작한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리폼 제품이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등 독립적인 교환가치를 지닌 ‘상품’에 해당하고, 소비자가 출처를 루이비통 제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명품 가방의 소유자가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리폼을 의뢰하고, 수선업자가 이를 변형·가공한 뒤 소유자에게 돌려준 경우,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상표권의 핵심 기능은 소비자가 상품의 출처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는 만큼, 리폼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개인 사용에 그친다면 그 기능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특히 이러한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는 상표권자에게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단순히 상표가 표시된 제품이 변형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고, 실제로 리폼 제품이 시장에서 상품처럼 생산·유통되었는지를 브랜드 기업 측이 직접 수집하고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결의 취지를 고려해보면, 향후 리폼 업계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개인 사용을 위한 수선·변형’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디자인이나 제작 방식이 고객의 요청에 따라 결정됐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리폼 제품을 상품처럼 전시하거나 판매 형태로 홍보하는 것은 분쟁의 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편, 상표권 침해를 입증할 책임이 있는 브랜드 기업은 리폼 제품이 단순한 수선을 넘어서 일정한 형태로 반복적으로 제작되고 있는지, 리폼업계가 받는 대가가 통상적인 수선비를 초과하는 수준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대응 전략을 보다 선별적으로 점검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때, 리폼 시장 전반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리폼 제품이 공식 제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품처럼 유통되는 사례에 대응 역량을 집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특히 일부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이미 공식 수선센터나 인증 서비스를 운영하며 부품과 수선 과정을 직접 관리해 왔다. 앞으로는 허용 가능한 수선 및 변형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고, 온·오프라인의 유통 과정에서 소비자의 오인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별도의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상표권 보호는 사후 분쟁 대응이 아니라 사전 관리의 문제다. 여기서 리폼 서비스의 범위, 상품성 판단, 상표 사용 여부 등은 법적 판단이 수반되는 영역인 만큼,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기준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품과 리폼 시장이 성장할수록 분쟁의 구조도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사전에 갖춰진 관리 체계가 소송보다 앞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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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리폼’ 논쟁···상표권의 경계와 기업 대응 전략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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